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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천민자본주의 2 - 세계를 지배하는 거대 금융 카르텔(박정석)

춘종 2013. 10. 17. 11:12

금융에만 올인하다 거지가 된 영국

 

 

요즘 유럽에서 가장 경제가 어려운 나라는 어디일까. 물론 유럽에서 가장 못사는 알바니아나 국가부도 사태에 몰린 그리스같은 나라도 있겠지만 풍족했던 살림살이가 갑자기 쪼그라든 것으로는 단연 영국을 따라올 나라가 없을 것이다.

 

 

영 국의 경제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가 바로 대대적인 국방예산 감축이다. 최근에는 4년동안 조종교육을 받은 공군사관학교 생도들 중 절반 정도를 임관(졸업)시키지 않고 자퇴시키기로 결정해 충격을 주었다. 영국 공군의 최신형 전투기인 유로파이터 타이푼 전투기 역시 싼값에 대량의 중고 매물이 나와 현재 사우디 아라비아 및 우리나라 등의 국가에서 도입을 검토중이다. 여기에 한술 더 떠서 멀쩡히 운용중이던 항공모함 아크로열호까지 국방예산 감축을 명분으로 경매 매물로 나와 중국에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고 한다. 중국과 군사적인 대립 관계에 있는 우리나라나 일본 및 일부 동남아 국가들로서는 아주 골치아픈 일이지만, 당장 급전이 필요한 영국으로서는 아무래도 판매가 불가피한 듯 싶다.

 

 

결 국 이렇게 약화된 국방력으로 인해 나토군의 리비아 공습시에도 몇 번의 출격에 폭탄이 바닥나고 전투기를 조종할 조종사가 부족해 끝내 미국에 손을 벌리며 자존심을 폭삭 구겼지만 쥐어짤 수 있을 때까지 쥐어짜고 허리띠를 졸라맨다는 영국 정부의 방침에는 변함이 없는 것 같다. 사실 냉전이 종식된 후 유럽 각국의 과감한 군비 감축은 남북으로 분단되어 서로 대치하고 있는 우리의 시각에서 보면 과한 면이 없지 않지만, 전쟁의 위험이 크게 줄어든 그들의 입장에서는 나름대로 예산을 줄이는 효율적인 방법이 군비 감축인 것으로 보인다.

 

 

사 실 영국이 처음부터 이렇게 살림살이가 힘들었던 것은 아니었다. 필자는 2001년 처음 영국을 방문했을 때 너무 비싼 파운드화와 높은 물가 수준에 놀랐던 기억이 있다. 나중에 그 이유를 물어보니 영국 경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금융산업 때문이라는 답을 듣게 되었다. 즉 세계 각국의 통화가 금융산업이 발달한 영국에 모이다보니 파운드화가 항상 평가절상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 설명을 듣고 역시 대영제국이라는 감탄과 함께 세계 수준의 영국 금융산업에 대한 부러움이 일었다. 그 후 필자는 런던의 금융 중심가인 시티와 신시가지인 캐너리 월프를 둘러보면서 그 압도적이고 가공할만한 영국의 금융경쟁력에 넋을 잃고 말았다. 워털루 전투에서 나폴레옹의 패전 소식을 사전에 입수하여 어마어마한 부를 쌓았던 로스차일드가의 3남 네이선 로스차일드의 유명한 일화 등 책에서만 접할 수 있었던 영국 금융산업의 저력을 실제 눈으로 확인하는 것은 커다란 의미가 있었다.

 

 

한 때 금융천국이라고 불리며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있는 국가로 불렸던 아일랜드 역시 금융산업으로 많은 돈을 벌어들였다. 과거 대기근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굶어죽으며 기아와 배고픔을 피해 미국으로 대량 이민을 떠나야 했던 가난한 나라 아일랜드는 과감한 개방과 적극적인 외국 자본 유치로 세계인들의 찬사와 부러움을 한몸에 받는 금융선진국으로 거듭나게 되었다.

 

 

그 러나 2008년 리먼 브러더스 사태와 세계 금융위기는 이 모든 것을 바꾸어 놓았다. 제조업 기반 없이 금융에만 올인하던 영국은 금융시장이 붕괴되자 기업들의 파산으로 인한 급격한 세수 부족과 거대한 규모의 재정 적자에 시달리게 되었다. 어제까지 풍족하던 나라 곳간은 한순간에 텅텅 비게 되었으며 재정 적자를 줄이기위해 닥치는대로 팔 수 있는 것은 모두 내다팔아야할 지경에 이르렀다. 국가 존립의 가장 중요한 근간인 국방 예산마저 무리하게 줄이고 있는 것을 보면 현재 영국 정부가 얼마나 다급한 상황인지를 짐작할 수 있다. 영국처럼 금융업에 올인했던 이웃나라 아일랜드 역시 갑작스런 외국 자본의 대거 철수와 함께 사상 최악의 실업률과 부동산 폭락 등 심각한 경제 위기에 빠져 유럽중앙은행과 IMF의 구제금융이 필요한 지경에 이르게 되었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인 금융산업은 겉으로는 화려해 보일지 몰라도 결국 실체가 뒷받침되지 않은 신기루에 불과한 것이다. 외국 자본 유치 역시 당장은 수요 확대와 고용 창출 등의 순기능이 있겠지만 아일랜드의 사례와 같이 금융위기 발생과 함께 한순간에 많은 외국 자본이 빠져나간다면 그 여파는 어마어마한 것이다. 이와같이 금융산업은 우수한 인적 자원과 선진금융노하우 등 무형의 자산을 이용해 엄청난 이익을 창출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지만 반대로 한순간에 모든 것을 잃어버릴 수도 있는 양날의 칼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반 면 세계 최고의 제조업 경쟁력을 바탕으로 전세계를 휩쓴 금융위기 와중에서도 높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하며 승승장구하고 있는 나라가 있다. 바로 독일이다. 물론 국내에도 진출하여 우리에게도 익숙한 도이체방크, 코메르츠방크 등의 은행과 알리안츠생명 등의 보험회사를 보면 독일이 절대로 금융이 약한 나라가 아님을 알 수 있지만 제조업을 비롯한 다른 산업 분야를 등한시하고 금융산업만을 기형적으로 발전시켜온 영국과 달리 튼튼한 제조업 경쟁력을 바탕으로 금융업과 서비스업에 골고루 투자한 독일 경제는 온유럽이 재정적자와 불경기에 신음하고 있는 와중에도 유럽에서 가장 낮은 실업률과 지속적인 경제 성장을 구가하고 있다. 이 역시 무모한 일확천금에의 환상보다는 굴뚝산업인 제조업을 꾸준히 발전시키며 기술 개발에 힘써온 독일 사람들 특유의 장인 정신이 빛을 발한 것이 아닐까 싶다.

 

 

물 론 현대 사회에서 금융을 빼놓고 실물경제를 논할 수는 없는 일이고, 가능하다면 금융산업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발전시켜 국가경쟁력 향상에 기여한다면 더없이 좋은 일이겠지만 막상 온국민이 금융산업에만 올인하다가 돈놓고 돈먹기의 투기판에서 판돈을 잃게 되면 과연 어떻게 되는지를 지금의 영국 경제는 우리에게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그에 비해 묵묵히, 그리고 꾸준히 노력하며 기술 개발과 실력 향상에 힘써 명실상부한 유럽 최강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한 독일은 현재 경제 발전의 기로에 서 있는 우리에게 또다른 커다란 교훈을 준다.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넘어 초단위로 어마어마한 돈이 움직이는 현대의 금융시스템에서는 판돈을 많이 가지고 있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안정적으로 판돈을 공급하는 것이 중요하다. 앞으로 우리 금융 전사들이 세계를 마음껏 휘젓고 다니며 대한민국의 부를 극대화시킬 수 있는 원천은 바로 대다수 국민들의 끊임없는 노력과 건전한 기업가 정신, 그리고 무엇보다도 튼튼하고 건실한 제조업 경쟁력일 것이다.

 

 

세계를 지배하는 거대 금융 카르텔

 

 

경 제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국제금융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세계 경제를 쥐락펴락하는 로스차일드 가문이나 록펠러 재벌에 관한 이야기를 한번쯤은 들어보았을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나 월마트 창업자인 샘 월튼, 투자의 귀재 워렌 버핏 등도 일반 사람들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어마어마한 부를 소유한 사람들이지만 그들보다 더욱 막대한 부를 소유하고 있는 사람들이 세계 금융시장의 양대 산맥인 로스차일드와 록펠러 가문이다. (세계적인 거부인 철도왕 밴더빌트나 금융왕 모건, 거대 화학 회사를 소유한 듀퐁 가문 등은 이보다 약간 규모가 작은 편이다.)

 

 

사 실 현재의 세계 경제는 이들 몇몇 가문들이 장악한 것이나 다름없다. 미국에서 석유가 개발되고 전국에 철도가 놓이는 등 급격한 산업화가 진행되었던 19세기에 이들이 쌓아놓은 어마어마한 자산은 100년이 훨씬 더 지난 지금까지도 자손들에 의해 고스란히 유지되고 있다. 그리하여 우리나라의 재벌처럼 이들은 서로 협력하고 담합하면서 세계 경제를 좌지우지하고 있는 것이다.

 

 

이 대부호들은 매년 빌더버그회의라는 비밀 회합을 통해 국제 현안과 세계 경제의 운영 방향에 관해 논의한다. 록펠러 가문과 로스차일드 가문 등 국제금융재벌 이외에도 우리에게 익숙한 빌게이츠 회장 등의 대기업 CEO나 헨리 키신저같은 고위 외교관, 제임스 울펀슨 전 세계은행 총재와 같은 금융전문가 등 국제 사회를 이끄는 정치, 경제 분야의 핵심 리더들이 이 회의에 참여하고 있다. 물론 인터넷의 발달로 그 존재조차 불분명했던 과거와는 달리 요즘에는 회합 장소와 참석자 명단 등이 인터넷에 올라올 정도로 대중에게 공개되어 있지만, G8 회의나 세계 재무장관 회의처럼 공개적으로 이루어지지 않고 철저히 비밀리에 진행된다는 점에서 속칭 밀실회합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즉 속된 말로 전세계를 지배하는 엘리트들이 짜고치는 고스톱을 벌이며 끼리끼리 다 해먹는 것이다. 현재 알려진 바로는 미국이나 서방 각국의 전쟁 발발이나 외교전략, 금융정책 수립 등의 주요 의사 결정이 대부분 이 회의에서 결정된다고 한다. 하지만 아시아나 아프리카, 중동에서는 기본적으로 한 사람의 대표도 초대받지 못하며, 최근에 중국에서 2명의 대표가 이 회의에 초청된 것이 전부이다. 결국 철저하게 유럽과 북미 국가들에 의해 주도되는 것이 바로 이 빌더버그회의이다.

 

 

한 편 국내 재벌들이 서로 재계 1위를 놓고 다투는 것처럼 이들 간에도 주도권 다툼이 존재한다. 원래 2차대전 전까지 압도적으로 세계 금융계를 지배했던 것은 로스차일드 가문이었다.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서유럽 국가들을 본거지로 하여 각국 왕실과 귀족 계급의 자산 관리 및 금융 거래를 대행하며 유럽 금융계를 장악하게 된 유태계 금융재벌 로스차일드 가문은 그 엄청난 재력을 바탕으로 2차대전 직후 조국 이스라엘의 독립에 기여하는 등 세계 역사에도 많은 영향을 끼쳤다.

 

 

하 지만 베트남전 이후 재정 위기에 처한 미국 정부가 금본위제(브레튼우즈 체제)를 폐지하면서 금에 집착하던 로스차일드는 미국의 석유재벌 록펠러 가문에 세계 금융시장의 주도권을 내주고 말았다. 석유를 중심으로 한 인류의 에너지 혁명과 함께 닉슨 대통령의 금태환 제도 폐지로 인해 세계 최고 수준의 금 보유량을 자랑하는 로스차일드 재벌로부터 세계 석유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록펠러 재벌에게 권력이 이동하게 된 것이다. 특히 금본위제 폐지로 인해 미국은 실물 자산과 연계되지 않는 엄청난 양의 달러를 찍어내게 되었고 이를 바탕으로 록펠러 가문은 석유 가격을 자유자재로 조종하면서 계속 승승장구하여 국제금융시장을 장악하게 된다.

 

 

그 리고 이들은 금융시장 뿐만 아니라 국제 정치에도 긴밀하게 관여하여 록펠러 가문의 대표격인 데이비드 록펠러는 미국, 유럽, 일본을 중심으로 하는 국제경제협의체인 삼각위원회(TC)를 창설하고 또한 국제정치를 총괄하는 대외관계위원회(CFR)를 설립해 명실상부한 세계의 지배자로 군림해왔다. 이 데이비드 록펠러가 소유한 회사는 세계 최대의 석유 메이저인 엑손모빌을 비롯해 걸프오일, 스탠다드오일 등의 석유 회사와 시티그룹과 JP모건 체이스 등의 은행, 그리고 모건스탠리와 메릴린치(후에 로스차일드 계열인 BOA에 매각됨), 리먼 브러더스(파산) 등의 투자 회사가 있으며 데이비드 록펠러가 설립한 대외관계위원회(CFR) 소속의 유명인사로는 헨리 키신저, 즈비그뉴 브레진스키 전 외무장관 등이 있다. 쉽게 말해 그동안의 세계는 데이비드 록펠러를 필두로 한 거대 재벌 세력에 의해서 움직여온 것이다.

 

 

그 런데 최근들어 이 판도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바로 록펠러 가문의 내부 주도권 경쟁으로 데이비드 록펠러의 조카인 제이 록펠러가 로스차일드 재벌과 연합하여 반기를 든 것이다. 제이 록펠러는 떠오르는 록펠러 가문의 신예로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를 소유하고 있다. 서브프라임 금융위기를 거치며 데이비드 록펠러 계열의 리먼 브러더스가 파산하고 시티은행 부실화와 함께 메릴린치가 로스차일드 계열의 BOA에 매각되는 와중에 상대적으로 피해가 적었던 골드만삭스의 오너인 제이 록펠러는 금융위기에 발빠르게 대응해 위기를 기회로 활용함으로써 명실상부한 록펠러 가문의 주인 자리를 노리게 되었다. HSBC와 로열더치셸 등을 소유하고 있는 로스차일드 가문도 계열사인 BOA를 이용해 파산 직전의 록펠러 계열 메릴린치를 합병함으로써 또다시 국제금융업계의 1인자 자리를 탈환하려 하고 있다.

 

 

사 실 미국이나 서방 강대국들에 비해 경제 규모가 작고 국력이 약한 우리나라로서는 세계의 정치와 경제를 좌우하는 이들 거대금융재벌의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아무 생각없이 무조건 이들이 시키는대로 따라간다면 우리의 자주성을 잃어버릴 뿐만 아니라 경우에 따라서는 국익이 심각한 침해를 받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 특히 국가의 최고지도자가 이렇게 세계를 지배하는 거대금융자본의 지시에 따라서 꼭두각시처럼 움직인다면 본연의 임무인 국가와 국민의 이익에 봉사하는 것과는 정반대로 국가 전체가 국제금융재벌의 노예로 전락해 끝없이 수탈당하는 대단히 슬픈 사태가 일어나게 될 것이다. 솔직히 작금의 우리 현실을 보고 있자면 아무래도 국민 전체를 희생양으로 삼아 국제금융자본의 이익을 극대화시키는 방향으로 모든 정책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 같아 참으로 씁쓸하고 또 개탄스럽기만 하다.

 

 

옛 말에 호랑이한테 물려가도 정신만 똑바로 차리면 산다고 했다. 세계 경제를 손바닥처럼 주무르는 이들 거대 금융 카르텔의 힘이 아무리 엄청나다 할지라도 자신의 신념과 소신을 가지고 국가와 국민을 위해 할 말은 할 수 있는 그러한 지도자를 우리는 필요로 한다. 그리고 더 나아가서는 국익을 위해 이들을 적절히 이용할 수 있는 진정 지혜롭고 현명한 지도자가 필요하다. 21세기에 들어와 국제 정세는 날로 복잡해지고 또 험악해지고 있다. 이미 반세기동안 나라를 잃었던 뼈아픈 경험을 가지고 있는 우리 민족이 두번 다시 슬픈 역사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는 국제 정세를 날카롭게 파악하고 그에 대응해 신속한 액션을 취할 수 있는 영리한 지도자, 거대금융자본에 맞서 국민을 지킬 수 있으면서도 한편으로는 그들을 적절히 이용해 국익에 보탬이 되게 하는 여우같은 지도자가 필요하다. 지금 우리 눈앞에 펼쳐진 현실은 비록 참담하지만 그러한 지도자가 곧 나타나기를 바라며 작은 희망을 가져본다.

 

 

론스타 사태, 외국 자본의 먹튀 행각

 

 

1997 년 갑작스럽게 대한민국을 덮친 IMF사태 이후 수많은 국내 기업과 부동산이 외국인에게 팔려나갔다. 제일은행, 한미은행, 외환은행 등의 금융기관과 진로, 만도기계, 쌍용자동차 등 국내 알짜 기업들이 외국 자본에 소유권이 넘어갔으며 종로에 있는 서울파이낸스센터가 싱가폴 자본에, 강남 스타타워(현 강남파이낸스센터)가 론스타에, 서울역 앞의 대우빌딩이 모건스탠리에 넘어가게 되었다. 그중에서도 한때 세계 경영을 내세우며 동유럽과 러시아 등지에 무시무시한 기세로 확장을 하던 대우그룹이 한순간에 공중분해되며 그 지휘본부였던 서울역 대우빌딩마저 외국 자본에 매각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은 우리 국민에게 커다란 충격을 안겨주었다.

 

 

사 실 IMF사태가 오게 된 배경에는 파산한 대우그룹처럼 90년대 국내 재벌 기업들의 무리한 외화 차입과 몸집불리기 등의 구조적인 문제로 인해 당연히 불가피하게 터질 수밖에 없었던 위기였다는 설과 국제금융투기세력이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국가들을 한번 크게 털기 위해서 작정하고 벌인 일이라는 음모설 등 여러가지가 있다. 물론 실제로는 모든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겠지만, IMF 사태는 그 이전과 이후의 대한민국 및 우리 국민들의 삶을 완전히 바꾸어놓았다. IMF로 한번 크게 데인 재벌들은 더이상 돈을 빌려서 사업을 확장하는 대신 구조조정을 통해 비용을 줄이고 이익을 극대화하는 안전한 길을 택했고 그 와중에 숱한 사람들이 정리해고로 회사에서 쫓겨나게 되었다. 한편 이들 중 일부는 주식이나 치킨집, PC방 등 생계형 창업에 실패한 후 퇴직금을 모두 날리고 빈곤층으로 떨어져 우리 사회의 양극화와 빈부 격차는 더욱 심해지게 되었다.

 

 

한 편 보통 사람에게는 잘 알려져있지 않지만 자본시장 개방 역시 우리나라에 천지개벽과 같은 변화를 가져왔다. IMF 이전에는 여러 가지 규제들을 통해 외국 자본이 직접적으로 국내 자본시장에 투자하는 것이 사실상 어려웠다. 하지만 IMF사태와 함께 한순간에 빗장이 풀리면서 순식간에 외국 자본이 직접 투자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비록 기업들의 무리한 외화 차입과 방만한 경영으로 인해 IMF사태를 맞긴 했지만 그때까지 비교적 건실한 수준의 제조업 경쟁력을 가지고 있던 우리나라는 자연스럽게 국제 투기세력의 좋은 먹잇감이 되었다.

 

 

평 소에는 한산하던 상점에 어느날 갑자기 50%, 70% 할인 등의 벽보가 붙게 되면 금방 사람들로 미어터지는 광경을 우리는 자주 보게 된다. IMF사태로 인해 급전이 필요해진 대기업들은 알짜 계열사와 금싸라기 부동산을 싼값에 시장에 내다팔게 되었고 이들은 대부분 외국 자본의 손에 넘어갔다. 이런 식으로 진로가 골드만삭스에, 만도가 JP모건에 넘어갔고 종로와 강남의 금싸라기 땅과 빌딩들이 외국인 소유가 되었다. 이렇게 외국인들에게 싼값에 넘어간 기업과 부동산은 그후 경제 회복 과정에서 엄청나게 가치가 뛰어 매각할 당시의 몇 배의 가격으로 국내 기업에 되팔리거나 아니면 다른 외국 자본에 넘어가는 등 엄청난 이익을 안겨주게 되었다. 그런데 이 엄청난 이익의 이면에는 가차없는 구조조정과 정리해고를 견뎌내야 했던 우리 국민들의 피와 땀이 존재한다. 경제 위기 하에서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는 하나, 과연 이렇게 국민들의 고혈을 짜내 외국 투기 자본의 배를 불려주는 것이 옳은 일이란 말인가. 안타깝게도 계속해서 그런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한때 불어닥친 세계화 열풍과 시장 개방은 무조건 좋은 것이다라는 각종 매체들의 세뇌 속에 현재 국내 금융 시장에는 우리 국민들을 보호할 최소한의 안전장치마저 사라진 듯 하다. 위에서는 외국 자본이 국내 기업을 인수해 정리해고와 구조조정으로 피를 빨아먹고, 아래에서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싼값에 대량 수입되어 노동 단가를 낮추고 국내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위협하고 있다. 이것이 바로 그동안 정부에서 적극적으로 권해왔던 무한 시장 개방의 결과이며, IMF 이후 우리의 삶이 더욱 힘들어진 원인인 것이다.

 

 

한 편 이러한 외국 자본의 먹튀 행각 중에서도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론스타 사태이다. 2003년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매입할 당시의 가격이 2조원 남짓이었는데 2011년 말 약 5조원 가량에 하나은행에 매각하였다. 그동안의 배당 이익까지 감안한다면 약 4~5조원의 매각 차익이 생긴 것인데 여기에다 지분 매각과 원금 회수 등으로 추가로 가져간 이익을 합하면 이를 훨씬 상회하는 6~7조원 상당에 이르게 된다. 선진금융기법도 이런 선진금융기법이 없고, 황금알을 낳는 거위도 이만큼 큰 황금알을 낳을 수는 없을 것이다.

 

 

사 실 쌀 때 샀다가 비쌀 때 팔아서 매각 차익을 거두는 것은 모든 상거래의 기본이고 자본주의 제도를 채택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도 이러한 거래는 얼마든지 이루어질 수 있다. 문제는 부실 규모가 컸던 제일은행이나 한미은행과는 달리 론스타에 매각될 당시의 외환은행은 부실이 거의 없는 깨끗한 은행이었다는 점이다. 또한 매각 과정에서도 석연치 않은 부분이 너무 많다. 우선 정부 관료 몇 명이서 비밀스럽게 후다닥 론스타에 매각을 결정하는 밀실회합의 전형을 보여주었다. 또한 실체가 지극히 불분명한 사모펀드인 론스타에 국가중추사업인 외환업무를 담당하는 은행을 매각한 것은 산업자본의 금융업 진출을 금지하고 있는 현행법에도 정면으로 위배되는 일이다. 매각 가격 역시 문제가 되었다. 실제 가치보다 심하게 저평가되었다고 판단되는 론스타의 외환은행 매입가는 당연히 헐값 매각 시비를 불러일으켰고, 그 후로도 두고두고 국부유출 논란을 일으켰다.

 

 

최 근 법원에서도 외환은행의 론스타 매각 당시 일어난 일련의 사태들에 대해 정당하지 못한 매각 절차였으며 졸속으로 부적절하게 이루어졌다는 것을 인정했다. 제일은행이나 한미은행 매각 과정에서도 특혜 시비나 국부 유출 논란이 있었지만 적어도 이런 식으로 모든 것이 불투명한 상태로 한순간에 구렁이 담넘어가듯이 쓱싹 이루어지지는 않았다. 필자 역시 정확한 진상을 알지 못한다. 당시의 고위 경제 관료들이 론스타 측으로부터 거액의 뇌물을 받고 국가기간산업을 헐값에 팔아넘겼는지, 아니면 텍사스 출신인 부시 미국 전대통령의 입김이 작용했는지, 또는 세계를 지배하는 거대금융세력의 커다란 계획 중 일부인 것인지 등은 어디까지나 가능성으로 존재할 뿐이다. 또한 국부를 유출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당시의 경제 관료들 역시 정말 도덕적 해이에 빠져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국익에 반하는 행위를 저지른 것인지, 아니면 그들의 힘으로도 어쩔 수 없는 불가항력적인 외부의 거대한 압력이 작용했던 것인지도 역시 당사자들 말고는 알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우리 국민 한사람 한사람의 피와 땀과 눈물의 결정체를 고스란히 외국 자본에 갖다바치는 이러한 일이 이 땅에 절대로 다시는 일어나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진정으로 국민을 사랑하고 국민을 위하는, 그리고 외부 세력으로부터 우리 국민을 안전하게 지켜줄 수 있는 그러한 지도자를 간절히 소망해본다.

 

 

금산분리폐지, 산업자본의 금융자본 지배 음모

 

 

필 자가 처음 일본에 갔을 때 신기하게 느껴졌던 것들 중 하나는 미쓰비시은행, 미쓰이스미토모 은행처럼 재벌그룹 계열의 은행들이 버젓이 영업하고 있는 것이었다. 물론 당시에 금산분리법에 대해서 자세히 알고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이것은 우리나라로 치자면 삼성은행, LG은행쯤 되는 것인데 차라리 귀에 익숙한 신한은행, 국민은행이면 몰라도 아무래도 이건 좀 이상했다. 그런데 이제 곧 우리나라에도 삼성은행, LG은행이 현실로 나타나게 될 지도 모른다. 현재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금산분리완화정책이 본격적으로 시행되면 산업자본의 금융 진출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금 산분리법안은 산업자본의 금융자본 진출을 제한하는 것으로 간단히 말해 재벌들이 은행을 설립할 수 없게 하는 법이다. 은행은 그 특성상 국민들이 맡긴 돈을 바탕으로 대출이나 투자 등 커다란 규모의 여러가지 금융 활동을 하는 기관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은행이 중소기업 육성이나 대형국책산업에 대한 금융지원 등을 행하며 일정부분 공공기관과 같은 역할을 하기 때문에 이익을 최우선시하는 사기업과는 달리 당장 이익이 되지 않더라도 장기적인 국익을 위해 벌여야 하는 사업들이 있다. 그러나 만약 은행이 재벌 기업의 손에 들어가게 된다면 국민들이 맡긴 돈으로 조성된 거대한 규모의 자금이 오너 일가의 사적인 이익을 위해 전용될 위험이 있다. 즉 거대한 금융자본이 일부 재벌들의 사금고화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더 구체적인 문제를 살펴보자면 사기업이 은행을 소유할 경우 그 엄청난 규모의 자금을 이용해 시장에서의 독점 구조를 더욱 공고히하고 경쟁자들을 짓밟는 불공정거래가 일어나게 될 소지가 있다. 또한 최악의 경우 부산저축은행사태에서처럼 회사 운영을 위해 고객들의 자산을 자기돈처럼 멋대로 쓰다가 은행 전체가 파산해버릴 가능성마저 존재한다. 저축은행 규모의 금융기관에서 일어난 사건도 이렇게 파장이 엄청난데 만약 재벌 기업과 연계된 대형 은행에서 이러한 사건이 터지게 된다면 그 국가경제적인 충격은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금산분리원칙이 비교적 잘 지켜지고 있는 현재에도 각종 횡령과 부정대출 사건이 연이어 발생하고 있는 것을 본다면 금산분리가 폐지될 경우 산업자본의 금융자본 지배와 그에 따른 도덕적 해이는 커다란 사회 문제가 될 수 있다. 따라서 아직까지 우리나라 법은 제1금융권인 은행에 대해서는 사기업의 소유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으며, 제2금융권에 대해서도 각종 규제와 함께 되도록 계열사에서 분리된 구조를 취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현재 산업자본의 경우에는 4%까지만 은행 지분을 보유할 수 있다.)

 

 

그 러나 최근 국내 기업에 대한 외국 자본의 적대적 M&A가 급증하면서 수십년동안 별 탈 없이 지켜져왔던 금산분리법안에 대한 폐지 움직임이 일고 있다. 국내 대기업들에서부터 나오기 시작한 이러한 주장의 근거는 IMF를 계기로 우리 자본시장이 외국인에게 활짝 개방된 데 비해 금산분리법안을 비롯해 여러가지 규제들로 인해 국내 기업들이 역차별을 받으며 외국 자본의 먹이로 전락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시중 은행들 중 대부분이 외국인 소유이고 예전 SK그룹을 상대로 외국 자본이 벌인 M&A 시도나 외환은행을 한입에 꿀꺽하고 먹튀한 론스타 사태 등을 볼 때 이들의 주장에도 일면 수긍이 가는 부분은 있다. 하지만 SK그룹 M&A사태는 자본시장 개방만큼이나 계열사끼리의 상호출자나 복잡한 지분구조 등의 편법을 이용해 적은 지분으로 문어발식 경영을 해온 재벌 오너들에게도 그 책임이 있으며, 론스타 사태 역시 원칙적으로 매각 대상이 될 수 없는 정체불명의 사모펀드에 주요 국책은행을 거저 넘겨주다시피한 당시 경제관료들의 잘못이라고 할 수 있다. 자신들의 잘못은 반성하지 않고 무턱대고 금산분리법 탓만 하는 것은 옳지 못한 처사이다.

 

 

한 편 재벌 계열사의 은행 설립을 허용하고 있는 일본의 경우 재벌기업이라는 개념부터 우리와는 많이 다르다. 오너 일가의 지시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오너의 결정에는 무조건 복종해야 하는 우리나라 재벌기업과 달리 일본의 재벌기업은 다수에 의한 집단의사결정시스템에 의해 움직이며 계열사들끼리의 연계 역시 비교적 느슨한 편이다. (사실 2차대전 전의 일본 재벌기업은 우리나라와 거의 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으나 전쟁 후에 미군정이 들어서며 재벌해체작업을 벌인 끝에 지금과 같은 모양을 하게 되었다.) 당연히 우리나라의 재벌기업 쪽이 국민들의 예금을 가지고 비리와 전횡을 일삼을 가능성이 훨씬 높으며 금산분리폐지가 이루어지는 즉시 전국민의 자산이 일부 재벌의 사금고로 전락하는 사태가 현실화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은행 자산을 가지고 시장독점을 강화한다든지 계열사의 은행을 이용하지 않으면 거래를 끊어버린다든지 하는 방법으로 안그래도 재벌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는 우리 경제를 더욱 불공정하게 만들고 황폐화시킬 수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지금까지 불합리하고 부도덕한 경영으로 커다란 기업을 순식간에 말아먹은 일부 재벌 기업 오너들의 행태를 볼 때 이러한 사람들이 금융기관을 소유하게 되면 잘못하다가 기업 뿐만이 아니라 은행까지도 송두리째 날아갈 수 있다는 사실이다. 이렇게 되면 많은 국민들이 평생동안 모아온 예금을 모두 날리고 한순간에 거지가 될 수밖에 없다.

 

 

금 산분리폐지라는 거대한 유혹 뒤에는 엄청난 독이 존재한다. 만약 폐지론자들의 주장대로 외국 자본에 의한 국내 금융시장의 장악이 우려된다면 금산분리원칙을 그대로 고수한 채 외국인들의 은행 소유 역시 제한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필자의 생각에는 외국인들이 우리 금융시장을 장악하는 것보다도 국내 재벌이 금융시장을 쥐고 흔들 때 더욱 큰 문제가 발생할 것 같다. 지금까지 그들은 중소기업이나 국민들을 상대로 상생하려는 의지도, 공정한 사회를 이룩하는데 공헌하거나 이익을 사회에 환원하려는 모습도 전혀 보여주지 않았다. 그러면서 외국 자본을 핑계로 국민들의 애국심을 자극하여 금산분리를 폐지하여 또다른 거대한 이익을 챙기려 한다면 아무도 수긍해주지 않을 것이다. 권리만 챙기면서 의무는 이행하지 않으려 하고, 남의 돈을 자기 돈처럼 제멋대로 사용하다 막상 문제가 일어나면 모든 책임을 회피하려 하는 그들의 이기적인 모습에서 우리는 천민자본주의의 또다른 추악한 단면을 볼 수 있다.

 

 

배드뱅크, 더이상은 안된다

 

 

금 융기관의 부실 자산 또는 채권을 사들여 처리하는 구조조정 전문기관을 통칭 배드뱅크라 한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배드뱅크로는 한국자산관리공사(KAMCO)가 있는데, 설립된 지는 오래되었지만 IMF 경제위기가 터지고 금융기관들의 부실채권이 속출할 때 대부분의 부실채권을 떠안으며 소방수 노릇을 하면서 배드뱅크라는 단어와 함께 유명해지게 되었다.

 

 

이 미 부실화된 금융기관의 부실 부분만 집중적으로 골라서 털어내어 더이상의 추가 피해를 막고 다시 우량한 금융기관으로 회생시킨다는 측면에서 이러한 배드뱅크는 무척 효율적이고 적절한 방법이다. 그러나 문제는 부실을 털어내는 것이 결코 공짜는 아니라는 것이다. 즉, 이러한 배드뱅크를 통해 부실을 털어내고 금융기관을 정상화하는 데에는 결국 막대한 국민의 세금이 들어가게 된다. 물론 나중에 부실채권이 정상화되어 원금을 회복할 가능성도 없는 것은 아니지만, 여전히 도덕적 해이라는 비난을 피할 수는 없을 것이다.

 

 

국 민 세금을 투입해 손쉽게 부실을 정리할 수 있는 배드뱅크의 마력에 빠진 정부는 IMF 위기 때부터 시작해 카드 대란을 거쳐 최근의 부동산발 경기 침체에 이르기까지 틈만 나면 배드뱅크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하지만 경제위기 당시 대량 매입했던 부실 채권이 나중에 제 가격을 회복한 경우가 많았던 IMF 때와는 달리 현재의 부동산 버블 붕괴는 부실 규모가 너무 크고 원금을 회수할 가능성도 별로 없는 것이 문제이다. 물론 정부 입장에서는 급한 불을 끄는데 이보다 더 쉬운 방법은 없겠지만, 근본적으로 배드뱅크 제도는 방만한 경영으로 기업을 망쳐놓은 경영자들에게 너무 쉽게 면죄부를 주게 된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현 재 정부에서 검토하고 있는 PF 배드뱅크는 이러한 면에서 문제 투성이이다. 부동산 버블이 한창일 때 돈에 눈이 멀어 전국토를 아파트로 도배하며 공사판을 만들어버린 건설업체들에 시중 은행들은 앞다투어 어마어마한 규모의 대출을 해주었다. 하지만 영원할 것 같은 부동산 폭등도 잠잠해지고 부동산 시장이 하락세로 접어든 지금에 와서는 건설회사들이 하나둘씩 PF부실로 인해 쓰러지고 있고 그들에게 해주었던 대출 역시 엄청난 규모의 부실채권으로 변질되고 말았다. 그래서 현재 은행들이 떠안고 있는 이 거대한 부실을 PF 배드뱅크 설립으로 대신 해결해주겠다는 것이 정부의 방안이다.

 

 

물 론 현재의 불경기 상황에 새로이 부동산발 경제 위기가 닥쳐오는 것을 막으려는 정부의 입장도 모르는 바는 아니다. 그러나 이것이 과연 누구 주머니에서 나오게 될 것인지가 문제이다. 사실 답은 뻔하다. 결국 모두 국민 세금으로 부실을 털어주겠다는 것이다. 경기가 좋을 때는 흥청망청하며 도덕적 해이와 방만한 경영으로 엄청난 규모의 부실채권을 쌓은 것은 도대체 누구인데 정작 당사자들은 말짱하고 그들이 만들어놓은 부실을 왜 일반 국민들이 뒤치닥꺼리를 해야 한다는 말인가.

 

 

우 리 국민들은 어느새 이러한 도덕적 해이와 불합리에 익숙해진 듯 하다. 오너의 잘못으로 회사가 부도나더라도 정부 지원으로 막고, 부동산 투기로 생긴 엄청난 부실을 국민 세금으로 메우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재벌과 부자들이 미칠듯한 투기판을 벌리고 경제를 난도질하며 배를 두둑히 불리고 난 후에 문제가 생기면 국민들이 모두 책임져야 한다. 부정부패와 비리를 저지른 당사자들은 더욱 잘먹고 잘살고 서민들은 그들이 남긴 부채를 짊어지며 더욱더 가난해질 수밖에 없다. 이중에서도 부도덕한 건설업자들과 금융업자들의 탐욕으로 인해 생긴 거대한 부담을 국민에게 지우려고 하는 PF 배드뱅크는 일련의 파렴치한 모럴해저드의 결정판이라고 할 수 있다.

 

 

90 년대 들어 우리 사회가 군사정권에서 민주주의 사회로 넘어오게 되면서 사회 전체적인 부정부패는 오히려 더욱 증가하게 되었다. 다함께 잘살자는 공동체의식은 사라지고 그 대신 나만 잘살면 된다는 식의 이기주의와 규칙을 어기더라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내 이익만 챙기면 그만이라는 잘못된 생각이 팽배하게 되었다. 민주주의는 개인의 자유와 다양성을 보장하는 좋은 제도이지만 잘못 악용되었을 때는 규칙도 질서도 없는 약육강식의 무법천지가 펼쳐질 수도 있다. 지금의 우리 사회처럼 규칙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법이 공정하게 집행되지 않는 사회에서는 구성원들 모두가 불행해질 수밖에 없으며 눈앞의 이익을 쫓아 타인을 속이고 사기를 치는 일 역시 빈번해질 것이다. 지금이라도 원칙과 상식이 통하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정말 제대로 된 국가 지도자와 바르고 건전한 생각을 가진 사회 지도층 인사들이 대한민국을 이끌게 될 때 우리 사회는 불신과 부정부패, 비리의 온상이라는 오명을 벗어던지고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자랑스런 한민족의 본모습을 보일 수 있게 될 것이라 생각하며 지금의 혼탁하고 좌절스런 현실에도 한줄기 희망을 가져본다.


출처 : 프리메이슨 연구모임(프.연.모)
글쓴이 : 제로세븐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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