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왜 극한생명체인가
왜 극한생명체인가
외계 생명체 단서 될 수 있어
극한생명체를 의미하는 ‘extremophile’이라는 단어는 ‘극단적인(extreme)’을 뜻하는 ‘extremus’와 ‘좋아한다(love)’를 뜻하는 ‘philia’, 두 라틴어의 합성어다. 해석하자면 극단적인 환경을 좋아한다는 의미가 된다. 그러나 대부분의 이러한 생명체는 지구상의 일반 생명체에 해를 끼치는 미생물들이 대부분이다.
이와는 반대로 적당한 환경에서 사는 생명체는 ‘mesophiles’, 또는 ‘neutrophiles’라고 한다. 극한생명체와 대비해 중온성(中溫性) 생명체라고 부르고 있다.
미생물의 놀라운 생존능력
▲ 폼페이 갯지렁이는 뜨거운 해저 열수 분출공 근처에서 무리지어 사는 다세포 동물이다. ⓒ위키피디아
그러나 이러한 카테고리를 규정하는 데는 두 가지 어려움이 따른다. ‘정상적인(normal)’ 것과 ‘극단적인(extreme)’ 것과의 구별은 순전히 주관적인 판단에 의해서 결정되기 때문이다. 또한 극한 생명체의 경우 그러한 악조건을 정말 좋아하는 것인지, 아니면 그러한 상황을 감내하고(tolerate) 있는지에 대해 명확한 설명을 하기가 어렵다.
1980년대에 들어서면서 생물학자들은 미생물들이 아주 극한 상황 속에서 생존할 수 있는 놀라울 정도의 적응능력(flexibility)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예를 들어 생명체가 도저히 살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되는 아주 높은 온도, 강한 산성, 높은 염도에서도 생존한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DNA를 파괴해 목숨을 앗아가는 방사능 속에서 조차 살아간다는 것이 밝혀졌다.
지구생명체, 뜨거운 마그마 바다에서 탄생
일부 과학자들은 이러한 극한생명체 연구를 통해 지구의 생명체는 바다 깊은 곳에 있는 열수분출공(熱水噴出孔 hydrothermal vent)에서 처음 생겼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열수분출공은 뜨거운 물이 지하로부터 솟아나오는 구멍이다.
사실 미행성들(planetesimal)의 충돌로 생긴 원시지구의 환경은 마그마바다를 연상시킬 정도로 뜨거웠다. 그러나 지구가 식어진 후 생명체가 탄생했다는 일부 주장과 달리 지구가 뜨거웠을 당시에 생명체는 이미 존재했다는 것이다. 극한생명체가 그것을 입증하고 있다.
펜실베니아 주립대학의 우주물리학자 스테인 시거든선(Steinn Sigurdsson)은 이렇게 말한다. “지구상에서 4000만년이나 된 세균포자(bacterial spore 細菌胞子)들이 발견됐다. 우리는 그 미생물들이 방사선에도 끄떡 없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세균포자란 환경이 부적합할 때 세균 스스로 외부환경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만드는 포자로 내생포자라고도 한다.
극한생명체 대부분은 세균과 같은 미생물이다. 18~26억년 이전인 시생대(Archaean era 始生代)에 생물이 존재했다는 증거를 얻기는 매우 어려웠다. 그러나 그것은 정상적인 중온 생명체인 경우가 그랬을 뿐이다. 미생물은 당시에도 존재했다는 주장이 탄력을 받고 있다.
곰벌레는 영하 272도, 150도로 끓여도 살아
그러나 극한생명체라고 해서 다 미생물과 같은 단세포 생명체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원구동물(protostome 原口動物)들도 악조건에서 생존했다.
예를 들어 길이 13센티미터로 해저 열수 분출공 근처에 떼를 지어 서식하는 폼페이 갯지렁이(Pompei worm)가 있다. 그리고 아주 낮은 온도에서도 생존하며 날개 없는 곤충인 귀뚜라미붙이과(Grylloblattodea)가 있으며 남극의 혹한 속에서도 살아가는 남극새우도 있다.
또한 지구에서 가장 강력한 생물로 물곰이라고도 불리는 완보동물 곰벌레(Tardigrades)는 절대온도 0도에 가까운 영하 272도에서도 견디며 150도로 끓여도 오랫동안 살아남는다. 우주과학자들은 이 곰벌레가 달이나 화성에서도 살아갈 수 있는지에 대한 연구에 착수했다. 최근 발견된 450도에서도 살아가는 내열새우도 좋은 예다.
과학자들은 인류의 역사 이래 그 어느 때보다도 외계의 생명체가 존재하며 이를 확증해낼 수 있을 것이라는 점에 긍정적이다. 이러한 기대는 최근 태양계 밖의 세계에 대한 발견과 지구상 생명체의 내한성이 최근 드러남에 따라 더욱 각광받고 있다. 극한생명체는 보통 다음과 같이 분류한다.
호열성(好熱性) 생물= 뜨거운 온천이나 펄펄 끓는 심해 열수 분출공 근처에 서식하는 생명체들이다. 이들은 고온에서 안정성을 유지하는 효소를 갖고 있다. 과학자들은 열수구가 화성에 한때 존재했거나 유로파의 바다 밑에 지금 존재 할 수도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 지구상에서 가장 강력한 동물 일명 물곰은 절대영도에 가까운 저온에서는 물론 150도의 고온에서도 생존이 가능하다. ⓒ위키피디아
호냉성(好冷性) 생물= 남북극에서도 가장 추운 곳, 어두운 심해가 이런 생명체들의 고향이라 할 수 있다. 이런 생물들은 저온에서도 굳지 않는 특수 세포막을 갖고 있으며 상당수는 일종의 부동성 단백질을 만들어낸다. 학자들은 온도가 떨어지면 성장이 감지하기 어려울 정도까지 둔화되기 때문에 생명체가 견딜 수 있는 저온의 한계를 밝히기는 어렵다고 말한다.
과학자들은 태양계에서 생명체가 있을 가능성이 있는 곳 대부분이 화성이나 유로파처럼 얼어붙은 곳이기 때문에 이처럼 저온에서도 생존하는 생명체에 관한 정보는 우주생명체의 비밀을 밝혀내는데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호염성(好鹽性) 생물= 보통 바닷물보다 8배나 짠 사해(死海)에도 비록 미생물이지만 생명체가 산다. 이 가운데 `할로아르쿨라 마리스모르투이'라는 미생물은 소금의 영향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는 특수 단백질을 갖고 있다. 과학자들은 화성에 만일 미생물이 있다면 강한 소금기를 이겨내기 위해 지구상의 호염성 생물과 같은 성질을 갖고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화성 탐사로봇 오퍼튜니티는 화성 표면에서 짠 물에 의해 생긴 것으로 보이는 황화마그네슘을 발견했는데 이를 분석한 일부 학자들은 생명체가 살기에는 화성에 소금기가 너무 많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일부 학자들은 아직 결론을 내리기는 너무 이르다면서 화성의 모든 곳이 이처럼 소금기가 많지는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어떻게 보면 모든 생명체는 각기 다 자신에게 주어진 특수한 환경 속에서 자신을 적응하며 변화시키는 고통을 수반한 투쟁을 통해 출현한 결과물일 것이다. 인간도 나무 위에서 줄이나 타며 열매를 따먹던 원숭이과의 한 동물에서 환경과의 끊임없는 투쟁 속에서 탄생했듯이 말이다.
김형근 객원기자 | hgkim54@naver.com 2012.04.20
http://www.sciencetimes.co.kr/article.do?todo=view&atidx=00000601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