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은 그동안 자주 업데이트 해드렸던 우리나라 국제수지 요약표입니다. 최신 자료인 2014년 5월말 현재의 자료입니다. 이 표를 읽는 방법에 대해서는 지난 글들에서 여러번 설명드렸기 때문에 이 글에서는 최근의 상황에 대한분석만 제시하도록 하겠습니다. 
위 표에서 작년과 올해 나타난 주목할 만한 변화는 다음 세 가지입니다. 1) 증권투자수지를 보면, 2009년 부터 2012년까지 4년 연속으로 흑자를 보여왔던 것이 작년부터 적자로 돌아섰으며, 올해 들어 적자폭이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2) 기타투자수지를 보면, 2012년에 이어 2013년에도 적자폭이 크게 확대되었습니다. (올해의 경우는 5월까지 흑자인데, 연말까지 두고봐야겠습니다) 3) 선물환 시장의 동향을 보면, 2012년 이래 3년 연속으로 '순매수' 우위기조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상의 세 가지 사실에 대해 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우선 증권투자수지의 과거 전력을 살펴보면, 지난 2005년 이래 외국인들의 증권투자자금이 급격하게 빠져나갔던 것이 2008년말 외환시장 위기의 한가지 원인이었습니다. 그러므로 이 수지가 연속해서 적자를 보이고 있는 상황은 우려스러울 수 밖에 없습니다. 증권투자수지의속성 자체가 들어올 때는 밀물처럼 들어오고 빠져나갈 때는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돈이라는 점을 생각하면,지난 2009년 이래 4년간 밀물처럼 들어온 증권투자수지는 그만큼 우리나라 외환시장에 부담이 되는 금액이기 때문입니다. 다음으로 기타투자수지에 대해서 살펴보면, 지난 2012년의 경우는 선물환 순매수 금액 246억달러에 대응하는 금융권의 해외 단기채권의 증가 (선물환순매도의 경우와 반대현상을 보임)로 볼 수 있으므로 쉽게 이해가 되는 데 비해, 2013년의 큰 폭 적자는 이해하기 힘든 면이 있습니다. 금융권이 해외 단기부채를 대거 상환했다고 볼 수 있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혹시 정부의 외환시장 관리정책의 영향을 받은 것이려나요? 어쨌든 이상 두 가지 수지의 적자로 인해, 지난 2013년의 경우에도 경상수지가 큰 폭 흑자(707억 달러를 넘어서 사상 최대 실적)임에 비해 국제수지 총계는 123억 달러 흑자로 그 폭이 작아지고 있다는 사실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저는 지난 글, 우리나라 환율에 대해서 2013/04/18 에서, 그동안 누적된 선물환 순매도로 인해 우리나라 외환시장에 작용하는 공급공백 물량이 688억 달러 정도 남았다고 추산했습니다. 이를 토대로 향후 2-3년의 기간에 걸쳐 매년 229.3-344억 달러 정도의 상승 압력이 가해질 것이라고 추산했습니다. 그러므로 지난 2013년 정도의 국제수지 흑자 수준(123.84억달러)으로는 환율이 떨어지지 않았어야 정상이라고 할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환율이 하락한 이유는, 두 금액 사이의 격차가 그리 크지 않다는 점과, 막대한 ‘경상수지’ 흑자금액이 외환시장에 미친 심리적 효과(환율 하락 기대심리로 작용) 때문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반면 올해의 경우는 5월말까지만 해도 국제수지 흑자규모가 141억달러나 됩니다. 그러므로 올해의 경우는다른 변수(한은의 기준금리 조정, 당국의 외환시장 개입, 국제 수출시장의 상황 등)가 없다면 환율이 좀더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하겠습니다. 다음으로, 선물환 시장의 순매수 우위 기조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2012년말을 기준으로 남아있던 공급공백 물량은 688억 달러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2013년과 2014년 상반기에 막대한 무역수지 흑자가 났음에도 순매수 기조를 이어갔기 때문에 다시 한 번 상당한 압박 물량을 덜어냈습니다. 2013년: 무역수지 흑자 440억달러 – 선물환 순매도 (-16억달러) = 456억 달러, 2014년(상): 무역수지 흑자 202억달러 – 선물환 순매도 (-150억달러) = 352억 달러, 위 두 금액을 합치면, 456억 + 352억 = 808억 달러, 입니다. 기존에 남아있던 공급공백 물량 688억 달러를 모두 덜어내고도 남습니다. 결국 이제는 우리나라 외환시장에 작용하던 공급공백의 압박이 모두 해소된 것입니다. 그러므로 앞으로는 환율 동향을 예상함에 있어서 매물 공백의 압박은 더 이상 고려할 필요가 없어졌습니다. 제가 지난 2009년 초에 출간했던 첫 책인 ‘경제독해’에서 계산하여 제시했던 압박규모는 938억 달러 수준이었는데, 이 물량이 지난 5년 반에 걸친 기간 동안 환율 상승을 야기하지 않고 무사하게 모두 소화되었습니다.
이 점에 대해서 저의 예상은 완전히 틀렸습니다. 저는 우리나라가 이 정도 수준의 매물공백이 가하는 상승 압력을 이겨낼 만큼 경상수지 흑자가 지속될 수없을 것으로 예측했습니다만, 우리나라의 수출경쟁력은 이와 같은 저의 예상을 보기좋게 빗나가게 만들었습니다. 저로서는 민망하게 되었습니다만, 우리나라의 수출 일선에서 고생하신 모든 분들의 노고에 감사할 일이고, 우리나라를 위해서는 참 잘된 일입니다.
지난 5년 반의 시간은 우리나라 수출현장에서 계신 모든 분들의 노력의 결과로, 위기의 뇌관 중 하나를 없앨 수 있었던 기간이었습니다. (그렇다고 모든 뇌관이 다 제거된 것은 아닙니다) 그렇다면 앞으로의 환율 동향을 예측해본다면 어떻게 될까요? 결국 핵심은 경상수지의 동향입니다. 그 중 가장 큰 항목은 수출의 동향입니다. 증권투자수지는 4년간 천억 달러가 유입되었던 만큼 앞으로는 유출이 예상되고(최소한 지속적인 유입을예상하긴 어렵고), 수출업체들이 선물환 순매도에 소극적인 이상 기타투자수지가 큰 폭의 흑자를 보이긴 어렵습니다. 결국 환율은 무역흑자의 동향에 따라 결정될 것인데, 저는 향후 세계 수출시장의 상황을 비관적으로 보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향후 무역흑자는 빠르게 줄어들것이며, 그에 따라 환율이 상승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지난 시간 동안 우리나라는 수출에 의존해서 경제위기를 극복해왔는데, 그 반대급부로 우리나라의 무역의존도가 110%를 넘을 정도로 높아진 부작용을 낳았습니다. 그 때문에 우리나라 경제는 외부에서 가해지는 충격에 더 취약하게 되었습니다. 만약 앞으로 세계 경제가 다시 주저앉을 경우에는, 우리나라는 지난 2008년 말보다도 더욱 큰 충격을 받게될
것입니다. 두번째로 우리나라 환율 동향에 미칠 영향은, 달러의 강세기조입니다. 달러인덱스는 그 동안 강세기조를 이어왔습니다. 반면 우리나라 환율은 그동안 막대한 국제수지 흑자 때문에 달러 강세 기조를 반영하지 않았습니다만, 앞으로 국제수지의 흑자가 줄어들게 되면 달러 강세 기조를 반영하게 될 것입니다. 결국 최종적으로 우리나라의 환율은, 앞으로 세계 경제가 어떻게 될 것인가, 여부에 따라 그 동향이 결정된다고 하겠습니다. 향후의 세계 경제 동향에 대해 저는 비관적인데, 최근 미디어의 보도경향을 보면 희망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과연 어느 쪽 판단이 옳으냐 하는 점에 대해서는 앞으로 몇 번에 나누어 글을 써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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