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이 윤정이 어머니께 읽혀질지 모르겠지만 부모 된 심정으로 몇 마디 드리고자 합니다. 나 역시 두 아이의 아빠로서 이미 모두 분가를 시킨 사람입니다. 내가 어렷을 적, 나는 어머니가 제일 만만했습니다. 무엇이든 내가 고집을 피우면 다 해주는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나는 아버지를 피해 어머니에게 모든 부탁을 하였고 또 어머니는 다 들어 주셨습니다. 심지어 아버지에겐 존대를 해도 어머니는 마치 친구처럼 말도 놓았습니다. 어머니만큼은 내가 이길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나이 육십이 가까워 보니 알았습니다. 이 세상의 모든 어머니가 그렇다는 것을......자식에게 만큼은 결코 이기려 하지 않고 적이나 싸움의 상대로 여기지 않았을 쁀더러 스스로의 자존심까지도 짓뭉개신 것을 알았습니다. 육남매의 세째딸인 내 여동생은 정말 내가 봐도 이기적이고 비상식적인 인물이었습니다. 정말 입에 말을 하지 못할 만큼 영악하고 후안무치한 사람입니다. 여기서 그 사례를 다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한 가지 말하고 싶은 것은 그럼에도 어머니는 그 딸을 위해 마지막까지 사랑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췌장암으로 돌아가시는 이틀 전 까지도 청국장과 된장을 어머니 손수 담가 항아리에 담아 놓고 그 못된 딸이 좀 못 살다싶으니까 제일 많이 담아 놓으시면 나에게 부탁을 했습니다. 그것을 꼭 내 여동생의 몫으로 주라고요. 이게 우리 어머니였습니다. 아니 어쩌면 이 세상의 모든 어머니 마음이 이럴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나에게도 여식이 한 명 있습니다. 이미 출가를 하여 자식을 두었습니다. 그 딸만 해도 얼만 내 가슴을 아프게 하는 지 모릅니다. 지금까지도 말입니다. 이유는 단 하나, 딸의 생모가 죽음에 이르게 한 원인이 나에게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위암으로 죽은 딸의 생모는 어린 딸 앞에서 내 허물을 몇 번 했겠지요. 부부가 살아가면서 왜 그런 일이 없겠어요? 특히 경제적으로 무능력하다는 이유를 들어 자주 다툼을 하였거든요. 고등학교 때 부터 혼자 살아간 딸은 대학을 미국으로 갔습니다. 물론 학비는 전액 내가 대 주었지요. 그후 미국에서 직장을 얻어 살다가 좋은 남자를 만나 결혼을 하게 되었는데 이 사실을 내게 알리지도 않았습니다. 유학비용이 얼마나 많이 듭니까? 그리고 딸을 보고 싶은 마음이 얼마나 깊겠습니까? 그럼에도 딸은 지금까지도 어쩌다 카톡을 하게 되면 아주 간단히 단답형 대답만 합니다. 박사 학위까지 받로고 뒷바라지를 했지만 단 한 장도 딸과 사진 하나 찍은 게 없습니다. 지난해 외손주를 얻게 된다는 소식을 듣고 장난감부터 옷까지 모두 챙겨 두 박스를 보냈습니다. 생각해 보면 서럽기도 하고 야속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내 딸이라는 생각을 버릴 수 없었습니다. 내가 우리 딸한테 잘못한 것이 뭔지 스스로 물어 보기도 하고......그러나 맹세코 우리 딸을 단 한 찰나도 내 가슴에 버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딸은 그렇게 생각을 하지 않나 봅니다. 년봉이 우리 돈으로 2억을 넘어가도 돈 일원 한장 나에게 보내 준 적이 없습니다. 물론 지금 나는 어느 정도 중산층으로 잘 살고 있지만......그래도 서운한 건 무척 많습니다. 윤정이 어머님, 그럼에도 나는 이런 사실을 내 동생이나 누님 혹은 친구들에게 말을 하지 못합니다. 어쩌다 딸에 대해 말이 나오면 누구보다 앞장서서 내가 두둔하고 막아버립니다. 정작 서럽고 외로운 건 나지만 그래도 내가 딸을 위해 가장 앞장선다는 것은 당연한 거 아닌가요? 그래서 부모라고 하는 것 같습니다. 아무리 깊고 넓은 허물을 가진 자식이라 해도 끝까지 기다려 주고 참아주다가 결국 내 뜻대로 되지 않는다 해도 서러워하지 않고 떠나는 것이 우리 부모의 도리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나는 그 동안 티비에서 여러번 님이 나와 인터뷰 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신문 기사도 읽었습니다. 그런데 님께서 하시는 모습을 보며 무척 안타까워 했습니다. 어떻게 부모로서 저럴 수가 있을까 하고요. 물론 가족사는 타인이 결코 모릅니다. 내면 어떤 아픔이 도사리고 있는 지 이해가 갑니다. 그렇다 해도 남도 아닌 딸의 일입니다. 무덤까지 덮어주고 가야 하고 무덤까지 안아 가야 할 입장이 바로 부모가 아닌가요? 나는 장윤정이를 두둔하고 싶진 않습니다. 다만 님께서 티비나 신문 등에 언론 플레이를 하시는 것을 보면서 무척 답답했습니다. 자식을 상대로 이기려고 하는 어머니의 자리가 정말 이해 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자식을 이기려는 부모도 있구나? 하고 한탄도 했습니다. 자식과의 거리가 싸움이라고 생각하시나요? 그래서 꼭 이겨야 된다고 생각하시나요? 사과 한 마디라도 꼭 들어야 겠다고 말씀을 하시더군요. 윤정이로부터 사과를 들어야만 이긴다고 생각하시나요? 이쯤에서 어머니의 자리로 돌아와 주세요. 그것이 님이 윤정이를 이기는 방법이며 어머니로서의 제 모습이라고 생각합니다. 져 주는 것이 이기는 게 우리나라 어머님의 길인 것을 님께서도 아시시라 믿습니다. 주제 넘은 이 글이지만 님에게 꼭 읽혀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긴 글을 드렸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