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켈이 돈풀기 안 된다고 야단하더니만 사민당과 대연정 후 독일조차 저인플레 속 디플레 공포에 시달리면서 입장을 바꿨다. 무역대국 독일에겐 돈풀기가 유로가치를 떨어뜨리므로 또한 바람직하다. 드라기가 돈풀기를 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 포르투갈, 그리스, 슬로바키아, 키프로스에서 진행되고 있는 디플레가 유로존 전체로 번지면 유럽 침체가 세계경제의 침체로 번질 위험은 불가피해진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은 메르켈의 긴축정책에 반대했던 것인데 당시에는 남유럽 쪽의 재정파탄에 국한된 문제였으므로 북유럽 쪽에서는 미국의 압박에도 꿈쩍도하지 않았으나 디플레 공포가 엄습하면서 북유럽 쪽도 결국 돈풀기로 기울게 된 것이다.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이 눈 앞에 어른거리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경제는 소비 없인 죽는다. 소비가 있어야 생산하는 내재적 논리를 지닌다. 돈이 없어 소비를 못하면 생산도 없고 생산이 없으면 성장도 없다. 미국에서 금융위기 후 사라진 600만개 일자리가 회복됐다고 하나 양적으로만 그렇다는 것이지 질적으로 따지면, 낮은 봉급의 비정규직 일자리가 많이 늘어났다면 전체로서 노동소득은 줄어든 결과를 가져왔다고 할 수 있다. 자본소득까지 포함해 총소득이 늘지 않았다는 통계는 소득계층 격차가 증가했다는 통계와 연관지어보면 노동소득 쪽에서는 감소라는 걸 말해준다. 비정규직 일자리가 늘어난 걸 가지고 일자리가 늘어났으니 소비도 늘어날 것이라고 단순히 생각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봉급소득이 일자리 전체로서 늘어났느냐를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단순히 실업자 수가 줄어들었다고 소비가 살아날 것이라고 봐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노동자들의 봉급이 전체로써 이렇게 감소하는 이유는 내포적 성장단계, 기계화 심화단계로 접어들면 기계에 의한 노동력 대체가 대폭 증가하면서 노동자들의 임금협상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한국의 경우 수년전에 비정규직 400만 시대를 얘기했었는데 이제는 600만 시대를 말하고 있다. 노동자들이 봉급 적게 받는 비정규직을 원해서 이렇게 급증하고 있겠는가? 비정규직의 비중이 늘고 봉급이 전체로서 감소하면 노동자들의 소비는 줄어들 수밖에 없는데 이를 자본가들의 자본소득이 증가한다고 메꿔줄 수 있을 건가? 투자소비를 해준다면 자본가들의 소비가 증가할 수 있으나 투자소비는 최종소비를 겨냥하는 건데 생활용품 소비가 노동소득이 늘지않아 침체라면 어떤 자본가가 투자해서 팔리지도 않을 상품을 생산하겠는가? 삼성 등 거대자본이 돈을 쌓아놓고 투자를 하지 않는 이유다. 현오석 같은 띨띨이들이 재벌회장님들 모아놓고 투자독려한다고들 하는데 번지수를 잘못 찾는 것이다. 금리를 하락시켜 소득증대 효과를 가져와 소비를 견인시켜야 하는데 생산 쪽을 독려한다고 시장에서 생산견인 요인인 소비가 죽었는데 돈벌이가 목적인 회장님들이 안 팔릴 물건을 생산하기 위해 투자를 할 것인가? 결국 금리를 떨어뜨리는 방법밖에 없는데 버냉키, 구로다, 드라기가 모두 제대로 해오고 있는데 반해 김중수-이주열은 내포적 단계의 시장경제라는 동일한 조건 하에서 저인플레-디플레 위험에 당면해 일본-유럽이 미국을 대신해 돈풀기를 하고 있는 상황을 무시하고 미국의 테이퍼링만 바라보면서 금리인하는 커녕 금리인상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 만약 일본-유럽이 미국을 대신해 돈풀기를 하지 않는다면 세계경제는 어떻게 될까? 말할 것도 없이 가라앉게 될 것이다. 1930년대 대공황 당시 유럽의 실업률이 40%라는 사실을 상기해보라. 현재 12%인데 돈풀기를 하지 않는다면 40%까지 내리꽂히지 않는다는 보장이 있는가? 내포적 성장의 모순, 기계화 심화에 따른 노동력 소외의 모순에서 볼 때 돈풀기에 따른 속도의 차이만 있을 뿐 선진 시장경제는 크루그먼의 말대로 포위망(under siege)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종언을 고하게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