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훈아빠
이코노미스트에 좋은 기사 한 편(Japanese lessons)이 올라왔기에 소개해 봅니다.
이 기사의 제목은 예전 미국 연준이 발간한 흥미로운 보고서(Preventing Deflation: Lessons from Japan’s Experience in the 1990s)에 대한 일종의 오마쥬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당시 미 연준은 상기 보고서를 통해 90년대 초반 일본 정책당국이 세 가지의 잘못을 저질러 장기불황 및 디플레이션의 늪에 일본 경제를 빠뜨렸다고 질타했었습니다.
미 연준이 지목한 세 가지 잘못이란 ① 때늦은 금리인하 ② 금융기관 구조조정 지연 ③ 섣부른 재정건전화 노력 이었습니다.
그리고 역시 IMF도 비슷한 내용을 담은 보고서(90년대 일본의 위기가 2008년 대불황에 주는 교훈)를 발간해, 역시 일본의 정책적인 무능을 냉엄하게 꾸짖었죠. 그러나 위기 발생이후 5년이 지나도록 세계경제가 개선되지 않고, 특히 유럽경제가 1990년대 일본마냥 장기불황의 징후를 보이게 되자 과연 '일본의 경험이 준 교훈'을 잘 지키고 있느냐는 반성이 시작되었네요.
오늘 소개하는 기사가 그 반성문이 되겠습니다. 이코노미스트紙의 칼럼니스트는 첫번째와 두번째(① 때늦은 금리인하 ② 금융기관 구조조정 지연) 부분에서는 일본의 교훈을 받을어 제대로 일이 추진되었지만, 마지막 세 번째 문제(③ 섣부른 재정건전화 노력)는 일본과 마찬가지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실토합니다.
내용은 다소 어렵지만 현재 세계경제를 이해하는 데 도움되는 부분 많으니, 꼭 한번 읽어보시길 부탁드립니다
5년 전에는 상황이 장밋빛으로 보였다. 2007년 8월 첫 주 투자자들과 주요 중앙은행이 전망한 미국과 유럽의 성장률 전망치는 2~3%였다. 그러나
프랑스 은행 BNP Paribas가 서브 프라임 모기지 투자에서 거액의 손실을 입었음을 발표했으며, 같은 날 유럽중앙은행(ECB)는 950억 유로(당시 1300억 달러)의 비상 유동성을 공급하도록 요구 받았다. 위기가 시작되었다.
위기 발발 첫 해에는, 정책결정권자들은 일본을 본보기 아니 반면교사로 보았었다. 1980년대 일본의 부채 버블이 “잃어버린 10년”의 원인이 되었다는 인식 때문이었다.
경제분석가들은 일본의 사례에서 다음과 같은 3가지 교훈을 도출하였다. 일본식 장기불황을 피하기 위해서는 우선 빠르게 행동하고; 둘째, 망가진 대차대조표를 정리하며; 셋째, 과감한 경기부양책을 제공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일본을 기준으로 한다면, 미국과 영국은 아직 불확실하지만 유로존은 일본처럼 되어 가는 것처럼 보인다.
부채는 축적되는 데 수 년이 걸렸다. 미국의 소비자들을 보자. 2000년에 GDP 대비 70% 수준이었던 부채는 연평균 약 4% 포인트씩 증가하여 2007년에는 GDP 대비 100%에 근접하였다.유럽의 은행들과 정부들도 마찬가지였다: 부채는 거대하지만 꾸준히 증가하였다.
부채의 산이 형성되는 것을 알아차리기는 어렵지 않았다.
위기는 서브 프라임 관련 대출이 어마어마한 수준이라는 게 알려지며 시작되었다. 많은 자산 가격이 매입가에 비해 크게 떨어졌다.
부채는 지속할 수 없는 것으로 보이기 시작했고 이자율은 급등하였다.
이는 정부와 소비자, 은행들이 서서히 부채를 누적시킨 이후, 만기가 도래하고
더 높은 금리로 차환할 상황에 놓임에 따라 갑자기 훨씬 높은 비용에 직면하게 된
것을 의미하였다
각국 정책당국의 대응은 빨랐다. 2008년 말까지, 미 연준과 ECB, 영란은행은 기준금리를 큰 폭으로 인하하였다. 그들의 목표는 기업과 소비자들이 직면한 부채 비용의 급등을 상쇄하는 것이었다. 금리 인하는 일본의 기준으로 봤을 때, 빠르게 이루어졌다. 일본의 사례가 준 첫 번째 교훈은 성공적으로 실천에 옮겨진 것처럼 보였다.
자산가격의 폭락으로 인해, 많은 은행과 기업들은 자산보다 더 많은 부채를 짊어지게 되었다.
일본의 경험에서 알게 된 2번째 교훈은 망가진 대차대조표를 해결하는 것이었다. 여기에는 채무 재조정, 자본 확충, 파산이라는 3 가지의 옵션이 있다.
대차대조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노력 속에, 채권자들이 권력을 장악했다. 다시 말해 금융기관과 기업의 부채는 보호받게 되었다. 사실, Deutsche Bank의 최근 보고서는 고위험-고수익 채권에 투자한 사람들조차 지난 5년간 높은 수익률을 올렸음을 보여준다. 미국의 은행채는 31%의 수익률을 보였고, 유럽에서는 25%의 수익률을 기록하였다.
자산 가치가 하락했음에도 불구하고 부채의 가치가 유지되었으니, 대차대조표의 충격을 흡수해 자본 가치가 하락할 수 밖에 없다. 그 결과 부채가 문제의 원인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주식이 고통을 겪었다. Deutsche Bank에 따르면, 2007년 이후 다우지수의 은행주는 60% 이상 하락하였다. 일부 은행의 주가는 95% 이상 하락하였다.
많은 경우, 여유 자본이 부족해 정부가 은행의 지분을 취득하며 개입하였다. 미국과 유럽의 정부 모두 금융 부문을 지원하였다. 대차대조표는 치유되었다. 일본으로부터의 두 번째 교훈도 습득된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대차대조표 정리는 단지 문제를 옮겨놓았을 뿐이었다. 정부는 구제금융 자금 조달을 위해 돈을 빌렸다. 은행의 대차대조표는 공공 부문의 비용으로 강화되었다. 은행에 대한 미국의 지원 규모는 GDP의 5%에 달한다; 영국이 위기를 겪고 있는 은행에 투입한 현금은 GDP의 9%에 이르렀다. 가계 부채 또한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일본의 장기불황에서 배운 세 번째 교훈은 강력한 경기부양을 추구하는 것이었다: 성장하고 있는 경제에서, 높은 부채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가계의 금융을 예로 들어보자. 많은 모기지는 가장의 소득이 이자를 지급하고 일부는 여분으로 남겨두기에 충분하다면 좋은 것이다.
인플레이션 또한 도움이 되는데, 부채는 역사적 가치로 고정이 되어 있지만 임금은
인플레이션을 따라 상승할 것이기 때문이다.
일본의 사례를 따라, 중앙은행들은 새로이 창출된 현금으로 채권을 매입하는 “양적완화(QE)” 정책을 시행하였다.이는 금리를 낮추고 부채를 견딜 수 있을 정도로 만들며, 채권의 가격을 상승시키기 위한 것이었다. QE 프로그램은 일본의 것보다 더욱 과감하였으며,회사채 금리는 실제로 하락하였다.
그러나 정책결정권자들이 일본으로부터 일부 교훈을 얻었음에도 불구하고, 향후 5년에 대해 걱정할 이유들이 있다. 영국과 미국에는 두 가지의 큰 근심이 있다. 첫째, 재정적 경기부양은 충분히 과감하지 못할 것이며, 영국에서는 경제가 스스로 회복되기 전에 철회되고 말았다.
은행들을 지원하면서 발생한 막대한 재정적자로 인해, 각국 정부들은 재정지출을 줄이려 노력하고 있다. Nomura의 Richard Koo(역자 주: 일본 경제가 장기불황을 겪게 된 이유를 설득력있게 설명한 책 “Lessons from Japan's Great ecession”의 저자)는 정부가 차입을 증가시켜 민간부문의 부채축소 노력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강력한 신용 감소의 충격을 흡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둘째, 정부의 구제금융은 장기 비용을 수반할 수 있다. 일부 경우에, 망가진 대차대조표는 망가진 비즈니스 모델의 신호이다; 이 때에는 비생산적인 기업의 경제를 청산하는 파산이 더 나은 옵션이다. 일본은 너무 많은 부실 기업들이 살아남도록 하였다. 미국과 영국에서도 그러한 징후들이 있다. 미국 정부의 구제금융은 은행과 보험, 자동차 산업 등에 928개의 기업들을 대상으로 6,010억 달러 이상 집행되었다. 영국은 자국의 4대 은행 중 두 곳에 많은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를 매각하는 것에 대해서는 명확한 계획이 없다.
유로존은 더욱 위험한 위치에 있다. 유럽의 경기 회복은 고통스러울 정도로 더디다. 경기 전망 또한 우울하다: 8월 1일에 발표된 자료는 독일과 프랑스, 이탈리아의 제조업이 빠른 속도로 위축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미약한 경기부양책과 산업의 좀비화에 더해 일본의 세번째 특성이 더해질 수 있다 ? 바로 우유부단한 정책이다. 8월 2일, Mario Draghi ECB 총재는 공조된 구제 계획의 일부로 채권 매입을 재개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밝혔다.
주식시장은 초기에 하락하였는데, 이는 투자자들이 ECB의 국채 매입으로 유로존의 일본화를 막을 수 있을지에 대해 확신을 갖지 못하고 있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출처 :그날이오면 원문보기▶ 글쓴이 : 채훈아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