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암살' 김재규 유족 '백억대 재산' |
부인 김영희, 방배동·청담동 등에 부동산 소유 |
'10·26사태'를 일으킨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에 대해 수많은 논란과 추측은 진보와 보수라는 두 이념간 대립마저 가져왔다. 26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민주화 투사냐', '암살자냐'로 나뉘어 논란이 되고 있는 것만 봐도 그렇다.
이런 가운데 최근 당시 박정희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던 김계원이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김재규의 유족들이 연금을 받고 있다'고 말해 진위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그렇다면 현재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의 유족들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 취재결과 유족들은 1백억원이 훨씬 넘는 재산가로 생활하고 있었다.
김재규 전 중정부장의 유족으로는 부인 김영희(76)와 외동딸 김수영(51)이 있다. 지난 1979년 10·26 이후 이들의 행방은 일체 외부에 알려지지 않았다. 그저 은둔생활을 하고 있다거나 미국에서 살고 있다는 정도의 '설'만이 전해졌을 뿐이었다.
하지만 김재규의 부인 김영희는 현재 서울 강남 일대에 살고 있었다. 놀라운 것은 김재규의 사형 집행과 함께 재산이 몰수되었음에도 불구, 김영희가 1백억대(추정치)가 넘는 재산가로 생활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또한 외동딸인 김수영 역시 한 사립대학 학장의 부인으로 변신, 국내에 거주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26년 침묵의 담벼락'
김재규의 부인 김영희가 생활하고 있는 곳은 서울 강남 방배동의 A빌라. A빌라는 높은 담벼락 위에 촘촘히 놓인 감시 카메라는 물론, 경비원들이 24시간 정문을 지키고 서있는 등 철통경비를 자랑한다.
인근의 B부동산 관계자는 "한다하는 사람들만 모인 최고급 빌라다"며 A빌라를 소개했다. 이 관계자는 "15층 건물의 A빌라는 각 층별로 2세대가 거주하는 구조로 되어 있다"며 "한 세대 당 1백22평 규모의 최고급 빌라다"고 말했다. 현재 이 빌라의 매매가는 20억 원이 넘는다.
또한 이 관계자는 A빌라에 사는 사람들을 소개하며 "이 동네에서는 유명한 곳이다"고 말했다. 현재 이곳에 거주하고 있는 인물은 지금은 정계를 은퇴한 전직 야당 총수 국내 최고 금융기업 중 하나인 C그룹 총수 비리재단으로 얼룩진 D대학의 이사장 등이다.
그 중 주목을 끄는 인물은 과거 육영수 여사가 저격될 당시 육 여사의 옆자리에 앉아 있던 E다. E는 육 여사 저격 당시 고위급을 지냈던 인물로 현재는 김영희와 이웃사촌으로 지내고 있다. 육영수 여사 저격 당시 E는 제 몸 피하기 바쁜 모습을 보여 박정희 대통령으로부터 심한 질책을 당했다고 알려진 인물이었다.
그러나 A빌라에 거주하는 사람들 중 김영희의 존재를 알고 있는 사람은 전무하다시피 했다. 부동산 업자 역시 김영희가 살고 있는 호수를 묻자 "한 할머니가 살고 있는 것으로만 알고 있을 뿐, 누군지는 모른다"고 말했다.
김영희는 지난 2002년 2월 강남구 논현동의 집에서 이곳으로 이사를 온 후 철저히 자신을 숨긴 채 살아온 듯 했다.
단골로 이용한다는 근처 C세탁소의 이 아무개(50·여)는 "참 곱게 늙은 노인네다 싶을 정도로 얌전한 사람이다"며 "일하는 아줌마와 운전기사랑 같이 살고 있다는 것만 알 뿐, 인사를 해도 잘 받지 않고 말도 거의 없다"고 말했다. 이 아무개 역시 김영희의 존재를 알지는 못했다.
그렇다면 김재규에 대한 사형이 집행된 뒤 전 재산이 몰수되었던 김영희가 어떻게 이런 최고급 빌라에서 살고 있는 것일까. 더구나 밝혀진 재산만도 1백억대가 훌쩍 넘는 규모여서 이에 대한 의문은 더욱 증폭될 수밖에 없어 보인다.
고급빌라에 장학재단까지
지난 1979년 10·26 사태때 김영희 나이는 50살이었다. 남편인 김재규가 나는 새도 떨어뜨린다는 중앙정보부장을 역임했지만 가정 생활은 그리 넉넉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10여 년간 10·26과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해 취재를 해온 조갑제 전 월간조선 대표도 김재규에 대해 "김재규는 뇌물이나 청탁과는 거리가 멀다"며 "막대한 재산을 보유한 재력가도 아니었다"고 말했다.
설사 알려진 바와는 달리 엄청난 재산을 소유했다고 해도 당시 신군부에 의해 모든 재산은 몰수된 상태다.
그렇다면 지금의 김영희가 소유한 재산인 1백50억대에 달하는 부동산에 대해 관심이 모아질 수밖에 없는 상황.
김영희가 지난 2002년 2월에 매입한 A빌라의 경우 20억대를 호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외에도 2002년 4월경에 매입한 청담동의 4층 빌딩은 60억대이고, 같은 시기에 매입한 서초동의 7층 빌딩(소유주는 모 장학재단으로 돼있음. 그러나 실질적인 소유주는 김영희로 확인)도 70억대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전라남도 순천의 2층 짜리 상가건물(20억대)도 김영희의 소유로 되어 있다.
각 건물의 가격은 건물 인근 부동산 관계자들이 평가한 최소치의 금액으로 26년간 철저히 세상의 눈을 피해 살아온 70대 노인의 재산치고는 규모가 엄청나다.
그런데 흥미로운 사실은 이 모든 재산이 지난 2002년 2월부터 4월까지 불과 2개월만에 매입이 이뤄졌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확인된 바는 없지만 김영희가 실질적인 소유주로 되어 있는 D장학재단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지난 1996년 김영희가 설립한 D장학재단은 극빈층 자녀들을 대상으로 장학금 지급과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점자사업에 중점을 두고 운영되는 비영리 재단이다. 게다가 사회사업 부문에서는 상당히 이름이 알려진 곳이기도 하다.
그러나 장학재단 내에서도 김영희의 존재는 비밀에 부쳐져 있었다.
이 곳에 근무하는 한 직원은 "재단 설립자에 대해서는 들어보지 못했다. 현재 미국인 이사장과 재단 직원 4명이 근무한다"고 말했다. 미국인 이사장은 어떤 사람이냐는 질문에, 이 직원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확인 결과 미국인 이사장이라는 사람은 다름 아닌 김재규의 외동딸 김수영이었다. 즉, 어머니 김영희가 설립한 재단에 딸인 김수영이 이사장으로 재직하고 있는 것인데, 재단 관계자들은 두 모녀의 정체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다는 얘기인 셈이다.
결국 의문을 높이는 김재규 유족의 재산형성 과정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그 한 축에 D재단이 있다는 점은 확실한 듯 보인다. 이러한 의구심들을 풀기 위해 인터뷰 요청을 시도했지만 김영희와 김수영은 인터뷰를 거절했다.
의문으로 둘러싸인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의 유족들. 이들이 간직한 10·26의 진실과 숨겨진 이야기가 언제쯤이면 세상에 드러날 것인지에 관심이 모아지는 이유다. |
2005/10/27 [03:33] ⓒ브레이크뉴스 |